올쳥님_타이포_디자인.png jazz life
  • 홈
  • 포트폴리오
  • 소개
    • 프로필
    • 수상경력
    • 활동이력
  • 문의
돌아가기
이전글 다음글

티플링과의 인터뷰

페중

리타(타브), 제라카스(타브), 오리지널 캐릭터



A.C.온센드의 < 티플링과의 인터뷰 >는 티플링의 가치관과 일상을 따스하게 묘사한다. 7골드.


 티플링과의 인터뷰

 A.C.온센드 



 들어가며


 현재 발더스 게이트는 네더브레인 사건 이후 재건 때문에 나 같은 일개 연구자의 일에 관심을 쏟을 만큼 여력이 없었다. 나 역시 중요한 사료 몇 건이 그 사건의 여파로 파손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재건 와중인 공사장 터를 돌아다닐때마다 나는 이 논문의 주제가 될 그들을 봤다. 긴 뿔, 살랑이는 꼬리, 그냥 놔두면 날카롭고 사악해보일 정도로 길어지는 손톱, 이들 티플링은 우리 곁에서 사이좋은 이웃으로, 의심스러운 범법자로, 타락한 악마 숭배자로, 여타 다른 인간종들이 그렇듯 일하고 있다. 


 하프 오크 쿠라쉬 등 몇몇 유명한 자들이 30여년 전 법 개정을 위해 일으킨 시위 등으로 인해 발더스 게이트의 티플링과 드로우, 하프 드로우, 하프 오크, 드웨가, 기스양키 등 적대적인-아니, ‘비사교적인’-종족에 대한 법적 처우는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연구자로서 나는 매일같이 법적 처우와 실제 사회적 처우는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곤 했다.


 해서, 나는 티플링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몇 명의 티플링에 대한 이 인터뷰가 독자들에게, 그리고 나 이후에 연구를 진행할 후학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바란다. 


 (중략) 


 챕터 1. 


 먼저 티플링 바드 리타의 대화 일부를 여기에 첨부한다. 나는 그녀를 회색 부두 근처의 허름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발더스 게이트의 영웅이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건 그녀는 바이올린을 조율하는 와중에도 나이든 웨이트리스와 재잘거리며 대화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녀는 리타의 어머니였다. 


 나는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리타는 처음에는 당황한 표정이더니 내가 연구를 진행중이라는 말에 킥킥 웃곤 시간당 얼마 줄 거냐고 물었다. 적당한 금액을 제시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금 있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에 양철로 된 식기와 그릇, 다소 딱딱한 빵이 나왔다. 


 그녀는 레몬과 허브, 고추로 맛을 낸 소스가 뿌려진 잡어탕을 한 입 우물댄 후 입을 닦고 내게 조금 격앙된 어조로 티플링이 문화가 없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실제로 확인한 적은 있느냐, 문화의 기준은 뭐냐, 조사한 적은 있냐고 따져묻기 시작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쳤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곤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분홍빛 머리카락을-그녀는 나중에 이건 염색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배배 꼬며, 안 그래도 커다란, 고양이같은 초록빛 눈을 깜빡였다. 검은 아이라인이 그녀의 눈매를 더 돋보이게 했고 긴 손톱은 분홍빛과 초록빛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녀는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대강 짐작은 간다며, 티플링들 중에는 인간들 사이에서 갑자기 우연찮게 태어나 버려진 아이들이 많으니 자기들만의 유대감이 형성되기보다는 속한 사회의 주류 문화에 동화될 것이라 결론짓는 건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둑들 사이에서도 은어가 있듯, 한 지역에서 박해와 차별로 인해 티플링들이 모여 살다 보면 은어, 관습, 세계관, 속담 등이 생겨나는 건 당연하고, 티플링이 아닌 종족이 이런 걸 형성하면 하위 문화라고 하듯 이것이 티플링 문화가 아니냐고 물었다. 종족을 아우르는 문화가 없기에 그런 결론을 내리는 거라면 인간 역시 아이스윈드 데일, 칼림샨, 철트에 사는 인간 모두 문화가 다르고 공통적 면이 거의 없으니 문화가 없다고 쓰는 게 맞지 않냐고 짚었다. 나는 동의하며, 티플링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운이 좋게 며칠간 질적 연구의 일환으로 그녀와 그녀의 룸메이트가 살고 있는 집에 함께 머무르도록 허락받았다. 집은 허름했고 좁았으나 창 밖으로 반짝이는 바다가 보였다. 그녀의 연인은 잠시 여행을 떠난 차라, 임시로 어렸을때부터 알고 지낸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플링은 아예 세입자로 받지 않는 집주인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리타는 짙은 청보랏빛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보라색 역안을 가진 친구를 가리키며 브리예스라고 소개했다. 브리예스-리타는 그녀를 브리라고 불렀다-는 교수는 처음 봤다며 매우 즐거워했다.  


 나는 브리예스와 악수했다. 그녀의 꼬리는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리타의 뿔은 나사처럼 위로 올라가면서 꼬이는 모양이었지만, 브리예스의 뿔은 훨씬 작았고 새끼염소의 뿔과 더 유사해 보였다. 손에는 많은 화상과 자상 흉터가 있었기에 나는 처음에 그녀가 용병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요리사였다. 이 역시도 내 편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흐아아암.”  


 “리타, 일어나야지.” 


 “싫어, 더 잘거야.” 


 “공연 가야 하는데?” 


 “공연이고 나발이고 나는 모르는 일이야.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나는 저 멀리 침대 속에 있을 거니까요. 이제는 내 일이 아니니, 브리예스 백작부인을 찾아보세요.” 난 잠에 잠긴 목소리로 연기하는 듯 새침하게 굴었다. 하지만 정말 일어나기 싫었다. 어제 무리해서 늦게까지 극단 인원들과 함께 술을 마셨더니 머리는 울리고 몸은 피곤하고 속도 안 좋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어딘가에 온센드 교수가 뭔가 또 열심히 필기하고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불을 끌어올려 얼굴을 덮었다. 


 “하지만 네가 무대에 올라야 하잖아? 나는 연기나 공연 같은 건 전혀 할 줄 몰라. 어서.” 


 나는 대답 대신 브리를 꼬리로 탁 쳤다. 브리는 낄낄대며 팔로 내 꼬리를 밀어내더니 자신의 꼬리 끝으로 내 배를 톡톡 찔러댔다. 꼬리 끝, 일부러 뭉툭하게 갈아놓은 가시가 배를 꾹꾹 눌렀다.


 “알겠어어, 일어나면 될 거 아냐아.” 


 눈가를 손으로 비비며 일어나자 브리가 덥혀둔, 어제 먹고 남은 수프가 탁자에 놓여 있었다. 피망과 양파와 토마토가 들어간, 소 꼬리와 발굽으로 만든 수프에 브리는 새콤한 걸 좋아해서인지 말린 레몬 껍질과 코리앤더 씨드가 들어갔다. 어렸을때부터 함께 놀면서 자란 친구가 요리사여서 참 다행이었다. 며칠 지났는지 조금 말라 딱딱한 빵을 수프에 찍어먹자 브리가 옆에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레몬과 피망 냄새를 풍기며 의자에 앉았다. 


 “바니퍼 언니는 잘 지내?” 브리의 짙은 청보랏빛 손이 후추통을 집더니 내게 건냈다. “너무 부러워, 상부 도시에도 가구, 나는 영원히 못 가볼 텐데! 아무리 내가 요리를 잘 해두, 얼굴을 보자마자 거절당한단 말야. 지금 직장이 싫은 건 아닌데, 나름 잘 나가는 상인네 집이여서 아쉬운 건 없어. 그래두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서, 근데 난다긴다하는 요리사들은 다 상부도시에서 일한단 말야? 그래서 아쉬워. 그니까 상부 도시 이야기좀 해줘.” 


 “언니도 아예 티플링인거 숨기진 못할걸, 그냥 돌아다닐때 두건 쓰구, 손톱 정기적으로 짧게 자르구, 그런 거-” 잠시 멈칫하고 말을 멈췄다. 미안해, 나랑 언니는 그나마 ‘인간’처럼 보이는 밝은 피부와 흰자가 있으니까 그래도 좀 멸시를 덜 받는데 너는, 따위의 말을 늘어놓는 변명조처럼 들려서, 브리는 안 그래도 어릴 때 외모 때문에 ‘샤의 티플링’같은 소리를 들으면서 살았는데, 그런 건 듣기 싫을 거 아냐, 그치?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짐짓 밝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언니가 말해주는데 있지~” 


 나는 브리에게 언니가 말해준 여러 달콤하고 꿈결만 같은 음식에 대해서 재잘댔다. 한여름에 갓 딴 청포도에 설탕 시럽을 얇게 코팅한 다음 설컹거리는 설탕가루를 입힌 후 얼려서 차갑고 달콤하게 먹는 캔디드 포도, 크림과 설탕을 휘핑한 후 값비싸고 달콤한 화이트 와인, 레몬즙, 레몬 제스트를 섞으며 계속 휘저어 산딸기 하나를 올려 서빙하는 실러버브, 커스타드 크림으로 덮은 럼이 들어간 시럽에 푹 적신 케이크 같은 걸 묘사하자 내 입에도 침이 고였다. 


 브리는 커다래진 눈으로 날 바라봤다. “한번만 먹어보면 좋겠는데. 바니퍼 언니는 가끔 먹을 때도 있겠지?” 


 “몰라아~ 언니가 나한테도 한번도 안 줬는걸~ 걔네, 분명 언니가 티플링이라고 안 줬을 거야.” 나는 연기하듯 높고 표독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어머! 어떻게 티플링년이 디저트에 손을 댈 수 있어! 유황 냄새나는 크림을 누가 먹어! 치우라고 해!” 


 그리곤 낮고 걸걸한 목소리로 집사들의 말투를 흉내냈다. “역시 마담이시군요.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말입니다, 소량의 유황 섭취는 몸에 좋다 합디다. 네버윈터 근처 온천에는 유황 성분이 들어간 물이 있다지요? 그곳에서 목욕재개를 하면 5년은 젊어지는 것 같다 하더라고요.” 


 높고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답했다. “그래? 빨리 말하지 그랬어, 집사. 저년더러 내 차에 손가락을 좀 넣었다 빼라고 해, 어서!” 


 브리와 나는 한참이나 킥킥댔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브리가 침울해 있으면 이렇게 연기를 했었다. 브리는 내 첫 관객이자 비평가였고, 난 해 지는 줄 모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지어내서 들려주곤 했었다. 우리는 수레바퀴 자국과 생선 썩어가는 냄새가 자욱한 길거리에서 반짝이는 금실과 은실로 지은 드레스와 혀에 닿자마자 꿈처럼 녹아버리는 디저트와 이국적인 향이 풍겨오는 향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발은 오물에 딛고 있었지만 우리의 눈은 늘 위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게 우리가 힘들 때, 한 발자국이라도 다시 딛을 수 있게 지탱해준걸지도 모른다. 


 브리는 한참이나 웃다가 내 뿔을 살펴봤다. “조금 상태가 안 좋은데, 내가 오일 좀 가져올게. 요새 좀 무리했어? 여기 벗겨지는 것 같아.” 


 “으응~ 뭔 놈의 회식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차암~” 


 “우리 도시의 영웅이자 유명배우면서 내가 아는 최고의 바드가 칠칠맞게 뿔껍질을 흘리고 다니면 안 되지! 내가 손봐줄게. 왜, 어른들이 애기때 뿔껍질을 나풀거리면서 다니면 길 잃은 염소처럼 다닌다고 하잖아.” 브리는 조심조심 헐거워진 뿔의 각질을 벗겨내고 솔로 살살 빗어 매끈하게 문질러 닦기 시작했다. “조금 있다 또 출근해야 하는데, 어제 글쎄, 이마안한 광어를 가지고 오는 거야, 그래서 그걸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하다가-”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깜빡이고 미소지으며 맞장구쳤다. 누군가 뿔이나 머리카락을 만져주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를 움직이면 뿔이 날카로우니까 상대 얼굴이나 심하면 눈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어릴 때부터 귀에 박히게 들었다. 익숙한 아마씨기름 냄새가 났고, 거울을 보자 내 뿔은 다시 매끈해져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늦게 올지도 몰라. 요리해야 할 게 많거든. 나갈 때 뿔 끝에 다시 염색하는 거 잊지 말구!” 브리는 뿔 염색 통을 가리켰다. 사실 염색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온센드 교수에게 말한 적 있다. 정확히 말하면 손톱에 칠하듯이 색을 입히는 거지만, 그냥 편하니까 염색이라고 하는 거지 뭐, 염색이 아니라고 각주라도 달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 큭큭 웃으면서 뿔 끝을 분홍빛으로 칠하고, 뿔 장신구 몇개를 달았다. 유리로 된 가짜 보석이 달리고, 황동으로 만든 값싼 장신구였지만, 그래도 반짝거리는게 마음에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이리저리 쳐다보자 브리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려서 같이 웃었다. 


 “응, 알겠어~ 나도 늦을지도 몰라!” 


 “회식 너무 늦게 할 거 같으면 도망쳐, 알겠지? 내가 자장가 불러줄게.” 브리는 키득대며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지옥 언어로 된 노래였지만 들을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응, 브리! 나중에 봐!” 


 (중략)




 챕터 2.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티플링 팔라딘이었다. 본래 찾아가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한 술집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신들에게 맹세컨데 정말 실수로, 그의 의자 다리에 걸려 옷에 잔뜩 드워프식 맥주를 쏟아버렸다. 


 그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내게 손을 뻗어 일으켜 세우곤 도와줄 것 있냐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나는 반사적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이름을 물어봤다. 뭔가 비범한 느낌이 풍겨와서 나도 모르게 매우 공손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제라카스라고 소개했다.  


 나는 내 자신을 소개하고 그제서야 그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봤다. 그는 머리와 수염이 희끗희끗하고, 얼굴 양 옆에 커다란 문신이 있으며, 귀와 눈가에 피어싱은 물론 뿔에도 장식을 한껏 한 채 머리를 하나로 묶은 거친 인상의 미남자였지만, 이상하게 그와 함께 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주알고주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논문을 쓰고 있는지 말해버렸다. 그의 짙은 붉은빛 피부는 왜인지 포근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노란 눈은 햇빛을 연상시켰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는 흥미로운 내용이라며 참여해도 되는지를 물어봤고, 나는 감사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주소를 말하더니 그는 나와 대화하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문 쪽을 돌아보곤 기다리는 사람이 왔다며 나중을 기약했다. 그리곤 어느 하프 오크 여성에게 걸어가 팔짱을 끼곤 사라져버렸다.  


 나는 일주일 후에나 그가 말한 주소를 방문했다. 낮에 몇번이나 노크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아 지금 집에 없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그가 대충 옷을 걸친 상태로 나와 지금은 바쁘다며 저녁에 노래하는 류트 선술집에서 보자고 말했다. 나는 그날 밤, 그리고 그 다음날에야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신전을 들릴때마다 나도 모르게 먼저 신전 벽에 있는 부조부터 보게 된다. 천사들이 악마를 무찌르는 모습, 거길 보면 늘 나와 비슷하게 생긴 악마들이 검에 찔리고, 창에 꽂히고, 천사들의 아름다운 발 밑에 밟혀 찡그리고 죽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주변 사람들이, 정확히 말하면 주변 티플링이 아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나와 부조 속의 악마 사이를 비교하며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내 과민반응일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예민할지도 모른다. 항상 그러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보는 사람들이 존재는 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오늘도 별다를 게 없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헬름에게 기도를 드렸다. 그러면 사람들이 시선을 거두니까. 


 신전을 나오자 어떤 사람이 작게 “티플링들은 평생 악마의 속삭임을 듣는다는데-”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그랬나? 아주 어렸을 때는 그랬던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노래하는 류트 선술집에 가야 하는데, 입에 뭔가 쓴맛이 남아 단 것을 먹고 싶었다. 마침 근처에 과일장수가 이것저것 팔고 있었다. 


 오랜만에 추억에 잠긴 채 사과를 먹으면서 기억을 반추하니 어렸을 적 잠잘때마다 뭔가가 깔깔 웃으면서 내 귓가에 속닥이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은 작고한 어머니한테 말하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때 어머니의 눈에서 언뜻 두려움을 볼 수 있었다. 


 여동생이 심하게 아팠던 어느 날, 아마 15살때로 기억하는데, 나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여동생을 치료할 의사를 찾아다녔다. 티플링인 아이를 선뜻 치료한다는 의사는 없었다. 지금같으면 그냥 일메이터 신전이라도 가보는 건데, 그놈의 부조가 무서워서 가질 못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티플링 여자애 따위, 커봤자 티플링이나 더 낳을 텐데 왜?” 


 그때, 그 목소리가, 내 귓가에서 깔깔대는 목소리가 마치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다. 무슨 내용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굉장히 달콤하게 들렸고, 마치 반드시 들어야만 할 것 같은 목소리여서 세상에 나와 그 목소리만 남고 다른 모든 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하필 그 때 저쪽 골목에서 어떤 팔라딘이 챙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달빛에 반짝이는 갑옷이 너무 밝고 아름다워서 나는 그 자리에서 나도 저렇게 멋지게 되고 싶다, 그래서 티플링도 멋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고, 내 안의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떠올리자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엔 토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었지. 다정한 뭔가가 나를 쓰다듬어 주고, 내 몸에서도 빛이 나는 느낌이었고, 그 느낌이 들자마자 목소리가 사라져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자마자 뭔가, 모든 게 잘 될 것만 같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신기하게도 손을 대자 동생이 치유됐다. 팔라딘이 된 거라고 주변에서 많이 놀랬다. 


 사과가 유달리 달아서 과일장수에게서 사과를 몇 개 더 샀다. 잘 익고 맛있는, 붉은 사과였지만, 그렇다면 내 입에 남은 이 씁쓸함은 대체 무엇 때문이었나? 영원히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저 부조 때문인가? 집에 돌아가자 샤롬레이 누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나. 사과 먹어봐요, 맛있어요.” 


 누나의 헝클어진 머리, 살짝 졸음이 온 듯한 몽롱한 얼굴, 쇄골 근처에 내가 남긴 자국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아래쪽으로 피가 쏠리는 걸 느꼈다. 누나는 몇번 눈을 깜빡하더니 옅게 미소지었다. 


 “우리 강아지. 이제 왔어?” 누나는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나를 살짝 감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상체가 기울어지며 쇄골 근처까지 덮고 있던 이불이 스르륵, 떨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쫓지 않으려 노력했다. 


 “네.” 내가 생각해도 내 목소리에는 욕망이 가득차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었다. 신전 가기 전에 그렇게 해댔는데도 누나가 닿으면 누나에게 처음 입을 맞추고 안긴 18살 어린애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기도하니까 뭐래?” 나른한 오후의 빛이 누나의 머리카락에 닿아 반짝였다. 젊었을 때는 타는 듯한 붉은 머리였지만 이제는 흰머리가 더 많아지고 색도 옅어진 누나의 머리카락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뭐일까, 나는 허리를 숙여 누나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조심스레 손바닥에 올려놓고 입을 몇번 맞춘 후 미소지어 보였다. 


 “늘 그렇듯이 아무 답도 없었어요.” 누나의 볼이 조금 더 발그레해진 건 내 착각이었을까. 


 “그랬구나. 안타깝네.” 누나는 내게 손짓했다. 대충 갑옷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으려 하자 누나가 나를 막았다. “왜 또 입어?” 


 “아무리 그래도 땀이 난 속옷 차림으로-”


 “뭐 어때. 네 체향 맡는 거 한두번이니.” 누나는 작게 웃었다. 저 웃음소리만 영원히 들어도 기쁠 것만 같았다. 따끈한 누나의 옆에 누우니 즉각적으로 마음이 안정됐다. 나는 슬쩍 눈을 감으며 누나에게 기댔다. “무슨 기도를 했기에 아무 말도 없어.” 누나는 내 어깨와 팔근육은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손끝으로도 두근거리는 내 심장박동이 느껴질까 궁금했다. 


 “티플링 연구를 한다는 연구자가 있어서 무슨 말을 할지 좀 고민중이었어요.”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글쎄, 팔라딘이 됐지만 지금도 부조에 악마가 그려져 있는 걸 보면 나도 저렇게 보이는 것 같아서 힘들고, 나는 평생 저렇게 보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요. 나는 날 이렇게 만든 조상놈 만나면 한 대 때려줄 것 같은데-”


 “그만, 우리 강아지.” 샤롬레이 누나는 손을 들어 손끝으로 내 입을 막았다. “나도 하프오크야. 차별에는 익숙해. 어릴 때는, 모험가들이 잘린 오크 머리를 들고 올 때마다 내 엄니가 그렇게 신경쓰일 수 없었어.” 샤롬레이 누나는 다른 손으로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네 혈통만으로 네가 정의되는 건 아니잖니?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지 상관 없이, 내 눈에는 귀여운 어린시절 꼬맹이도, 다 커서 어느새 의젓해진 팔라딘도 보이는걸.” 


 “미안해요, 이 세상 모든 짐을 나 혼자 짊어진 것처럼 굴었어요.” 


 “괜찮아, 그럼-” 누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었다. “강아지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이 들은 것 같으니, 아무 생각도 안 나게 해줄까?” 누나의 긴 손가락이 내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눌렀다. 나는 나도 모르게 헐떡대며, 갈망에 가득찬 눈으로 누나를 바라봤다. “응? 왜 아무 말도 없을까? 하지 마?” 


 “아뇨, 제발... 어서 빨리...” 


 “그래야 착한 강아지지.” 누나는 나를 정말, 강아지가 된 것처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머리가 비워진 후 나는 옷을 갖춰입고 노래하는 류트 선술집으로 향했다.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 내 몸에서는 누나가 자주 쓰는 따스하고, 포근하고, 관능적인 바닐라와 나무 수지, 인센스향이 섞인 향이 났다. 


 (중략)




 챕터 3. 


 그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티플링 워락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나는 특별히 그를 찾고 싶었다. 본인의 조상과 계약한 악마와 또다시 계약한 워락이라 흥미로웠고, 게다가 악행으로 알려진 자라 더욱 그의 시각이 궁금했다. 


 연구를 위해 찾으려 한다는 말에 캔들킵의 친구들은 모두 우려와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가 죽게 되면 어쩌느냐는 말이 가장 흔했으나, 나는 그가 내 연구에 관심을 가지리라고 생각했다. 악행을 행하는 자는 주변에 친구가 없으니 생각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을 것이라 예측했다. 


 어느 날 방에서 원고를 적어나가고 있는 와중 어느 임프가 내 창문으로 들어왔다. 그는 킥킥 웃으며 자신의 소환사가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영혼과 육신의 안전을 담보할테니 모월 모일 몇시에 어느 장소로 오면 그가 나타날 것이라고 답했다. 


 발더스 게이트 수도관의 악취는 쉽게 잊을 만한 것이 아니지만, 연구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난 반사적으로 몇세기동안이나 여기서 부패해갔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오물이 겹겹으로 구석구석 쌓인 길을 걸으며 로브에 오물이 닿지 않게, 마치 첫 무도회에 온 어느 귀족 영애처럼 로브 자락을 두 손으로 잡아 올리고 조심스레 걸어갔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가 나를 뒤에서 미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는 어디인지도 모를 장소로 순간이동해 있었다. 


 해당 장소가 특정될 만한 어떠한 묘사도, 하는 순간 내 목숨이 위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겠다. 내 맞은편에 앉은 그는 킥킥 웃으면서 커트시라도 할 거냐고 물었다. 그리곤 내게 연구에서 드러내도 되는 몇 가지 사항들을 나열했다. 


 이로 인해 나는 외형적인 모든 특징, 피부색, 눈, 머리카락 색, 뿔의 수, 뿔의 크기, 모양 등 어느 것도 묘사할 수가 없다. 왜 안되냐는 내 질문에 그는 어차피 불주먹 용병대 수배지를 들춰보면 바로 나오는데 더 묘사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고 나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기에-그리고 목숨을 잃게 될까 두려웠기에-그저 동의했다. 


 그는 레몬같은 노란빛 벨벳 천이 깔린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티플링은 운이 나쁘면 악마가 귀에 속삭인다고 한다. 이게 왜 문제인지 설명해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저 지옥에 떨어지면 나쁘다, 지옥에 떨어지면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레뮤어가 된다, 영혼 동전이 된다, 정도의 설명이었다. 물론 이게 좋은 일은 아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완벽한 악성향이 된다고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지 않은가? 


 나는 그래서, 오히려 어느 날 악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그때 12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싶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많이 힘들었냐고 묻곤 한다. 나는 태어나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 멍청하고 오만한 표정을 지어보일 때 나는 속으로 깔깔 웃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늘 눌러오곤 했다. 모든 티플링이 가난하지 않고, 모든 티플링이 처지에 불만스러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남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었다. 언젠가 책을 읽다, 권력이란 남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구나, 라는 생각에 나는 하루종일 기뻐 미소를 짓고 다녔다. 


 워락이 된 계기는 특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내가 그러고 싶었다. 이게 문제인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궁지에 몰렸기에 워락이 된 사람도 있고, 워락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과 계약해줄 무언가를 찾아 나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내 귀에 늘 속삭이는 악마와 계약을 했다.


 그 악마가 내 조상과 교접한 것은 맞다.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보러 오거나 포상으로 내 몸을 탐하는 것도 맞다. 이것 역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조상이라고 쳐도 나는 얼굴도 본 적도 없고, 어차피 몇대 위 조상인데 무슨 상관인가? 기분만 좋으면 된 것 아닌가? 그리고 기분 하나는 끝내주게 좋다. 


 다른 티플링의 경우 다른 종족 사람들이 걸어갈 때 악마의 자식이라고 꺼려하거나 대놓고 욕하는 것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 나는 이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약해 보인다. 사람들은 이유없이 욕하지 않는다.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든 아등바등 자기 급으르 낮추려고 희화하하고 조롱하고, 그렇게 자신의 연약함을 도덕적 우월감과 나는 저렇지 않다는 포장에 둘러싸 거리감을 느낀 후에야 안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들은 나를 두려워해야 맞다. 


 나는 일종의 포식자인 것이다. 그들이 먹지 못하는,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와 가죽까지 씹어먹고도 별 탈이 없고, 그들이 나를 구타하면 반사적으로 지옥의 힘을 써 공격할 수 있는 포식자다. 그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내가 한쪽 턱을 괴고 웃을 때마다 입안의 이빨과, 그들을 공격할 수 있는 긴 손톱에 눈이 머무르는 것이다. 


 이것은 축복이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차별을 해도, 해라 하라! 나와 상관 없는 일이다. 그들의 연약한 피부 밑에는 나처럼 악마의 날개가 잠들어 있지 않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씹기 더 편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모르면서 그깟 갑옷 따위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럴 때마다 풍뎅이를 보는 느낌이다. 단단한 갑옷을 입었다고 자부하지만 꾹 누르면 버둥거리다 찌그러지고 누런, 액체같은 살과 피가 흘러나온다. 색만 다르지 별다를 것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 후원자이자 조상과 계약한 걸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 나는 더욱 강해졌다. 모든 티플링이 지옥에서 왔다면 지옥으로 돌아가는 게 올바르지 않나? 내가 그곳을 내가 죽은 후에도 돌아가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게 그렇게까지 이상할 일인가? 후원자가 내게 자신의 힘을 나눠줘서 내가 이생에서도 강력해지고 죽은 후에도 강력해지도록 돕는데, 오히려 기뻐할 일 아닌가? 


 전혀 특이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내가 의문인 것은 왜 다른 티플링들은 그렇게 아득바득 노력해서 자신의 본성을 거스르려 하냐는 점이다. 이게 우리 삶의 올바른 방식이다. 남들이 차별하면 기억해 놨다가 죽여버리면 된다. 포식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면 되는데 왜 말 몇마디에 벌벌 떨고 슬퍼하고,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법이나 규제같은 제도적인 쪽에서 불리한 점이 있는 경우 이것이 걸림돌으로 작동한다는 것에 십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러면 법과 규제를 깨면 되지 않는가? 사자가 토끼의 규칙을 따르는 것을 본 적 있는가? 그들이 우리가 무서워서 먼저 장벽을 친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우리는 그 장벽을 깨고, 무서워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면 될 일이다. 


 나는 이미 몇번이고 그래왔다. 자유롭게, 우리를 얽매는 저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크나큰 희열을 느낄 수 있다. 당사자로서 장담할 수 있다. 악마와의 계약이 나쁘고 무섭다는 것은 겁쟁이들의 거짓말에 불과하다. 우리가 너무 무서워서 작은 새장에 가두고 맘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자들의 선동일 뿐이다. 


 (중략)




 (중략)


 끝맺으며


 15챕터를 할애해 묘사한 티플링의 질적 연구가 앞으로 이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종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티플링에 대해서는 여러 시선이 있지만 아직도 주류사회의 시선은 이들의 악마와의 관계에 중점을 놓고 배척,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뭉치, 자신의 조상에 대한 결벽적인 마음 등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연구에서 보듯이 이들은 여느 종족들이 그렇듯-일리시드 중에서도 엘더브레인에서 떨어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지성의 학회 일원들만 보더라도 쉬이 눈치챌 수 있다-하나의 어떤 초월적인 군집체를 이뤄 모두가 같은 가치관이나 시선을 공유하는게 아니라, 개개인마다 티플링됨이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은 물론, 일상을 살아갈 때 중점으로 두는 것 역시 모두 다르며, 각자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가치관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각자 다르다. 어느 정도의 경향성은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늘 타자에 대해 개인들의 집합이 아닌, 우리의 공포와 편견을 투사한 하나의 ‘얼굴 없는 대중’으로 생각하곤 한다. 


 비단 티플링이 아니라 다른 종족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말이다. 내 연구가 널리 읽혀 독자들이 지성체 모두라면 가질 수 있는 이런 경향을 늘 경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중략)


 저자 약력


 A.C.온센드 


 발더스 게이트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후 캔들킵에서 오랜 시간 연구를 진행했다. 티플링과 드래곤본 연구로 명성을 떨쳐왔고, 주요 논문으로 < 비늘친구: 드래곤 본 사이의 애칭이 트라우마 해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 < 티플링 뿔에 대한 시사점: 가축과 관련한 멸칭 연구 >, 저서로는 < 드래곤본 문화 입문: 아베이르-토릴 사이 >, < 티플링 꼬리와 비언어적 소통 >등이 있다. 현재는 캔들킵에서 사랑하는 고양이 베냐와 네냐하고 살고 있다.


여러분의 소중한 감상은 참여자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